모션그래픽 디자인 업계 문화에 대한 아쉬움 토로
자주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국내 몇 개 되지 않는 모션그래픽 스튜디오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곤 한다. 최근에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늘어남에 따라, 새롭게 창업하는 신생 스튜디오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새롭게 창업한 회사들의 새로운 스타일의 작업들을 보고 있자면, 이제 국내에서도 모션그래픽 디자인이 무척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한다.
하지만, 늘 아쉬움으로 남는 한 가지가 있다. 새롭게 창업한 회사들의 포트폴리오나 혹은 데모릴을 보고 있으면 다른 스튜디오 혹은 프로덕션에서 작업한 영상물을 볼 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포트폴리오가 다른 회사의 포트폴리오로 아무 설명없이 올라와 있을 때다. 물론, 해당 업체에서 우리에게 연락을 한 적은 없다.
이러한 문화는 국내 모션그래픽 업계에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모션그래픽을 운영하고 있는 혹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에 대해 공론화된 적은 없다.
이러한 현상은 클라이언트와 거래시 큰 오해를 낳기도 한다. 한 번은 클라이언트에게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더니, 실제로 이 곳에서 작업한 것이 맞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다른 업체에서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데모릴에 넣어, 같은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리와 같이 프리랜서로 일하신 분의 소행(?)이였다.
나는 디자인도 산업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고, 산업이 발전하려면 우선 문화가 성숙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해외의 경우에는 프리랜서들도 제시한 포트폴리오 중, 어떤 역할을 맡았고 어디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는지 명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는 또 하나의 인격체이다.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인력을 고용해서 진행한 해당 업체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동종의 업계에서 두 회사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로서 공유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만약 있다면 서로의 역할에 대해 웹사이트 혹은 구두로써 상대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 데모릴 혹은 영상위에 워터마크로 해당업체의 로고나 이름을 명시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신입사원 면접을 보다 보면, 신입사원들이 늘 하는 얘기가 “이 쪽 일이 힘든 것 귀가 아프게 들었다”라는 얘기를 꼭 한다. 10년 후에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를 좀 더 성숙시켜야 한다. 디자이너답게 좀 더 솔직하게 공유하고 얘기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